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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강원 원주 커피내리는 공구가게

 

예쁘고 신기한 커피 내리는 공구가게

 

강원 원주 박승재 & 여미선 대표

 

 

 

이제는 동네 공구상, 철물점도 어지럽고 어수선한 모습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특히 젊은 MZ세대는 과거의 구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모습에 열광하고 또 도전한다. 그 결과 공구상도 카페처럼 밝고 예쁜 곳이 출현하고 있다. 강원 원주에 위치한 ‘커피 내리는 공구가게’도 그런 곳이다.

 

아내가 커피를 내릴 때 남편은 공구상 재고를 확인한다.

 

30대 부부가 함께 만든 공구상 & 커피점


강원도 원주시 우산로는 원주의 구도심이자 대학가로 통한다. 근처에 상지대와 함께 한국 폴리텍3대학 원주캠퍼스가 있어 젊은 대학생들이 많이 거주한다. 이곳에는 카페이면서 공구상인 가게가 있다. 20대 때 만나 사랑하고 부부가 되어 30대에 함께 일하는 박승재, 여미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공구상이면서 카페에서나 볼 수 있는 예쁜 인테리어 소품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저희는 공구상에 커피 머신이 있어서 손님께 커피를 무료제공하는 공구상이 아니에요. 가게 속 가게처럼 공구상 속에 커피가게가 있는 곳이죠. 작은 커피숍과 공구상이 나란히 함께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처음 저희가 이런 가게를 구상 했을 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부터 조사했어요. 구청과 시청에 문의하니 휴게음식점과 도소매업을 함께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도깨비에 홀린 듯 지금과 같은 가게를 머릿속에 그려내었고 아내의 커피숍과 저의 공구상이 한 공간에서 함께하게 되었어요.”
‘커피 내리는 공구가게’는 카페 겸 공구상이다. 도시의 휴식처인 카페이면서 사람들이 필요해 하는 다양한 공구를 판매한다. 커피를 사러왔던 손님이 눈에 띄는 공구를 사기도 하고 공구를 구매하던 손님이 커피도 한잔한다.

 

 

카페도 겸한 곳이라 여대생들에게 인기


대학가에 위치한 이곳은 젊은 대학생들이 자주 찾는다. 겨울에는 문풍지와 함께 라디에이터 같은 난방용품이 잘 나가고 각종 수도 배관용품도 판매가 잘 된다.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여성들도 간단한 집수리를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이곳은 예쁜 커피전문점과 함께하는 공구상이고 여미선 대표가 늘 자리에 있기에 여성들도 거부감 없이 방문을 한다.  

 

커피와 함께 간단한 과자나 주전부리도 판매한다.


“가게가 대학가라서 그런지 20대 청년들이 많이 찾아요. 공구상가나 공구거리에 위치해 있는 곳이 아니라 동네에 위치한 예쁜 공구상, 동네 카페, 사랑방 같은 느낌으로 보시면 됩니다. 흔하지 않은 컨셉이고 ‘커피 내리는 공구가게’라는 이름 때문에 바리스타용 도구를 판매하는 곳으로 어떤 손님은 오해하시기도 하더군요. 저희는 아메리카노 한잔을 2000원으로 저렴하게 판매합니다. 10만 원 이상의 공구를 구매 하신 분께는 커피 한 잔을 무료로 드리고요. 아내가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고 저는 공구상에서 일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런 가게가 만들어진 것 같네요. 밝고 깨끗하고 정리정돈 잘 된 곳이라고 멀리서 찾아와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정말 감사하죠.”

 

공구상 안쪽에 위치한 카페 공간.


지금은 30대 부부인 두 사람이 행복하게 일하고 있지만 가게를 만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긴 시간 직장생활을 하던 박승재 대표는 새로운 출발을 꿈꾸었고 아내인 여미선 대표도 작은 카페를 함께 하길 소망했다. 두 사람이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면서 긴 시간 토의하고 싸우고 화해하면서 지금의 가게의 모습이 그려졌다. 가게 위치 계약부터 인테리어 공사까지 여러 우여곡절 끝에 지금과 같은 가게가 만들어진다. 새로운 컨셉을 구상하고 만드는 것, 평범한 회사원이던 사람이 창업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위기의 연속이었다.

 

밝고 깨끗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 공구상은 그 자체로 훌륭한 인테리어다.

 

이제 창업 5개월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 


한 공간에 두 가지 상반된 업종이 있어서 사업이 잘 안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박승재 대표는 바코드 시스템과 함께 가격표를 부착한 정찰제 시스템을 도입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표와 바코드 시스템 덕분에 공구에 대해 잘 모르는 여미선 대표도 손님이 가져오는 공구를 손쉽게 판매 가능하다. 박승재 대표가 외부일로 나가 있을 때도 급할 때는 전화 화상통화로 고객 응대를 한다.     

 

외부 모습은 카페와 같다.


“회사원 생활을 하면서 각종 공구를 다루는 일을 오래 했어요. 퇴직 이후에는 공구상을 꿈꾸면서 친인척이 일하는 가게에서 1년 동안 직원생활도 했지요. 공구 가게를 세우기 전에 조사를 해보니 바코드와 가격표는 이제 필수입니다. 주택가에 위치한 공구상은 더더욱 바코드와 가격표에 신경을 써야 하고요. 누구에게는 저렴하게 판매하고 누구에게는 비싸게 판다는 인식을 주면 안됩니다. 아직 저희는 창업 5개월째인 신생 공구상이라 현재 지역에 맞는 구색을 채우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공조냉동기계산업기사, 보일러산업기사, 가스산업기사, 설비보전기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요. 앞으로는 집수리도 하면서 사업을 더욱 확장시켜야겠지요. 아내도 공구에 대해 공부하고 저도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더 배우면서 상호 보완해 나가야 합니다. 나중에는 각종 공구를 산 이후 커피 한 잔 하고 휴식 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이 있는 큰 ‘커피전문점겸 공구상’을 만들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판매의 영역이 확장되어 이제는 오프라인 사업이 잘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남다른 사람들은 남다른 컨셉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사업을 한다. ‘커피 내리는 공구가게’처럼 예쁘고 편안한 공구상이 동네에 위치한다면 삶의 질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젊은 부부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