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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인천 신성상사

 

어쩌다 물려받은 철물점생각보다 돈 버는 재미가 있죠

 

인천 신성상사 조남순 & 조남진 형제

 

 

 

 

전재산 투자해서 시작한 공구상이 아니다. 아버지가 꿈을 찾아 떠나버리자 어리둥절해진 남은 아들들에게는 동네에서 장사하던 철물점이 남겨졌다. 인천 서구에서 어쩌다 물려받은 철물점을 운영하는 엉뚱 발랄한 형, 듬직한 긴머리 동생이 만들어가는 왁자지껄 이야기.

 

 

어? 어!? 어??? 하다 물려받은 공구상


이제 나는 공구상에서 손을 떼겠다는 아버지의 말에 두 형제는 그려러니 했다. 이따금 정례적으로 아버지가 하는 입버릇 같은 이야기여서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는 갑자기 자신의 가게 사업자등록증을 없애고 두 아들의 이름을 사업자등록증에 새겨놓고 떠났다.

 

신성상사를 운영하며 아들들을 키운 어머니는 지금도 공구상 일을 함께 한다.


형 조남순 : “처음에는 당황했고 난감했죠. 진짜로 아버지가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실 줄이야. 그래도 가게 일에 많이 신경 써주시겠지 생각했는데 웬만한 문제가 생겨도 알아서하라며 무시하시더라고요. 그래도 평생 30년 넘게 애정을 쏟으며 일하셨던 가게였는데 그렇게 하루 아침에 발길을 끊으실 줄은 몰랐죠.”
동생 조남진 : “군대 전역하고 처음에는 제가 가게 일을 도왔거든요? 그래도 그때는 아버지한테 월급 받는 직원 같은 느낌? 우리 가족일이니까 하는 생각이었지 내 가게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형이랑 저를 데리고 세무서 같은 사무실에 데려가시더니 사업자등록증에 자신의 이름은 빼고 형과 제 이름을 넣는거예요. 그때 느낌이 확 달라지고 아버지가 진짜 가게를 떠나시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남순 조남진 형제의 아버지 조인구씨는 멋진 옷차림으로 여유 있게 사는 건물주가 꿈이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가게를 떠나 신성토목건설이라는 건설회사를 세우더니 진짜 건물주가 된다. 가게를 떠나 멋지게 은퇴 생활을 즐기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형제는 이제는 정말로 공구상 운영을 넘어 경영을 해야하는 압박감을 느꼈다.

 

신성 상사에서는 형제의 사랑을 받는 반려견도 함께 일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는 형제


남순, 남진 형제에게 있어 아버지는 든든한 가장이셨다. 삼형제 중 한 사람이 잘못해도 연대책임을 묻는 엄한 아버지였지만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왔고 또 반듯한 가치관으로 성실하게 살아오신 분이었다. 그래서 아들들은 가게 일로 바쁘지만 은퇴한 아버지의 여유를 응원한다.

 


동생 조남진 : “아버지는 30년 동안 철물점을 운영하시며 고생하셨어요.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집에 오니 일손이 부족하더라고요. 아르바이트형식으로 가게에서 일하는 게 어떻겠냐 해서 그렇게 몇 달 일했는데 이후에는 대학교 복학보다 그냥 가게에서 계속 일하는 게 어떠냐며 공구상에서 일하는 것을 권하시더라고요. 사실 공구상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거든요. 원래 일하던 직원들도 떠나갔고요. 부모님이 힘들어하니 그래서 제가 먼저 가게 일을 돕기 시작했죠.”
형 조남순 : “저는 인테리어 관련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집에 돌아와 동생 얼굴을 볼 때마다 동생 얼굴이 어느 순간 점점 어두워지더라고요. 동생은 큰 나무처럼 불평불만 없이 묵묵하게 일하는 성격인데 힘들어하는 것이 보이니 형이 되어서 가만있을 수 없었어요. 동생도 당시 20대 중반인데 젊잖아요.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서 공부도 하고 싶고 대학교 축제 같은 행사도 참여하고 연애도 하고 싶었을 나이인데 공구상에서 일만 하니 몸도 마음도 힘들어하는 게 보였어요. 그래서 저도 가게 일을 돕기 시작했죠. 제가 가게에서 일한지 2년 정도 지나니 아버지가 자기는 꿈을 찾아 떠난다며 그렇게 훌쩍 떠나셨고요.”

 


아버지의 심부름을 하거나 배달일을 하는 것과 다르게 공구상을 경영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관공서와 공장에 다양한 공구를 납품하면서 내가 모르는 공구들이 많이 있었고 판매뿐만 아니라 수금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젊은 두 청년이 새로운 거래처를 찾으면서 기존의 거래처 관리에 신경쓰는 것도 어려웠다. 그러나 형제가 힘을 합쳐 고민과 걱정을 털어놓고 때로는 머리를 맞대고 문제 해결에 힘쓰자 가게는 변화하고 발전하기 시작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시작한 유튜브


어쩌다가 물려받은 철물점이지만 보란 듯이 사업체를 잘 키워 보고 싶은 형제의 생각은 같았다. 작은 철물점에서 일하는 젊은 형제가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유튜브, 그리고 온라인 판매다. 기존 사업 시스템을 넘어서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하나의 활동으로 생각했다.
형 조남순 : “사실 온라인 같은 경우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어요. 온라인 공구 판매는 가격이 중요한데 특정 제품군을 대량으로 매입해서 단가를 낮춰야 하거든요. 결국 자금이 중요하죠. 하지만 저희는 그런 큰 자금이 부족했습니다. 반면에 유튜브는 좀 다르게 느껴졌어요. 아직 구독자가 적어서 큰 수익 창출이 안되고 있지만 그래도 저희의 일상과 공구 정보를 알리는 것이 재미가 있더라고요. 또 댓글과 저희가 제작하는 컨텐츠로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유튜브는 가게를 홍보하는 목적보다 가게의 모습과 우리의 일상이 기록으로 남아 추억이 되길 바라는 것도 있습니다. 또 유튜브를 하다보니 공구상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작업복이 좀 더 패셔너블 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동생 조남진 : “제가 원래 패션학과를 다녔고 아내가 옷을 제작하는 의류회사에서 일을 했어요. 그래서 옷에 관심이 많았는데 공구상 사장님들도 멋진 패션을 갖추며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형과 함께 제작하는 유튜브 ‘어쩌다 물려받은 철물점’의 이름을 딴 UMC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옷을 제작해 판매하는 것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죠. 저 혼자 했다면 유튜브도 못했고 UMC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일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형과 아내를 비롯해 모든 가족들이 다 같이 힘을 모아 일하니까 새롭게 더 많은 일을 시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형제는 각자의 경험을 살려 옷 브랜드 UMC 를 만들었다. 공구상 철물점에서 일하는 사람도 멋진 옷차림으로 일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동생 조남진씨는 ‘어쩌다 물려받은 철물점’ 채널 속에서 여동생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가슴까지 오는 긴머리를 가져서다. 미소년처럼 잘생긴 형 남순씨와 더불어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비어있는 창고 공간을 스튜디오로 꾸며 구독자들에게 다양한 공구 사용 후기와 집수리 노하우를 전수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언젠가 막내 남동생의 참여도 이끌어 낼 생각이다. 철물점 삼형제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신성상사의 젊은 공구인들을 응원한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