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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발행인 칼럼] 숙제 다 하셨습니까?

 

숙제 다 하셨습니까?

 

17년 전 공약집, 다 해냈을까?


며칠 전 회사에 오랜 지인이 왔는데 팸플릿 한 장을 불쑥 내밀었다. 17년 전 내가 (사)한국산업용재협회 회장 출마 당시 만들었던 선거홍보물이었다. 맨 앞장에는 후보자였던 나의 웃는 얼굴이 있고, 그 뒤로는 당시 업계에 필요하다고 내놓았던 공약들이 있었다. 17년 전 공약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것들을 다 이루기는 한 것인가, 말로만 그친 것은 아닐까, 여러 생각이 들며 하나하나 짚어보기로 했다. 우리업계 역사와 숙제를 동시에 점검하기에 요긴한 자료이다.

 

2007년초 제20대 한국산업용재협회장 출마당시 선거책자

 

1. 협회 숙원 사업 : 중소기업중앙회 가입부터 협회관 건립까지


카드 수수료 인하를 내걸었는데 실제 큰 효과는 못 내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 가입은 2007년 이뤄내 협회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정부기관 표창도 받고 그 뒤 2008년 소상공인연합회까지 가입해 공구업의 영역을 넓혔다. 당시 나는 상품에 바코드 부착이 필요하다 주장했다. 일부상품에 사용되던 것을 산업용재 전 부분에 확대를 시키고자 했다. 바코드를 안했더라면 오늘날 같은 디지털 시대에 우리업계가 적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옥신축을 그때부터 공약에 넣었던 것도 보인다. 그런데 당시는 크게 진전을 못봤고, 이후 유재근 회장 때 논의가 시작돼 2016년 장호성 회장 때 실제 건립활동이 이뤄졌다. 이후 신찬기 송치영 회장을 거쳐 2023년 4월에 사옥을 건립했다. 여러 회장들을 거쳐 완성되어진 모습이라 더 없이 기쁘다.

 

2. 회원사 교육사업 : 세무·상품·영업 교육


당시엔 매년 1박2일 워크숍을 했다. 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워크숍이었는데 정말 열과 성을 다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1박2일 프로그램에 그치기보다 자격증으로까지 연결했으면 싶었다. 앞으로는 유통관리사, 물류관리사, SMAT(서비스경영사) 시험도 보고 제도도 만들어야한다. 얼마 전 협회고문단 회의 때 만나 자격증 제도를 제안했다. 공구업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또 당시 해외로 선진기계공구 유통기업 견학 및 교류를 넓혀가고자 했다. 일본 TRUSCO사와 제조사를 방문했다. 당장 손에 잡히는 이득이 없을지언정 일본 대만 중국을 잇는 활동은 계속 해야 하고 더 넓게 보고 가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3. 수익사업 : 전시회와 통합물류 통한 수익발굴


전시회는 꼭 필요하다. 다만 규모가 커야 많은 사람들이 온다. 공구조합과 같이 하던 전시회가 몇 년 전부터 중단돼 몹시 아쉽다. 관련자들이 더 연구하고 발전시켜 가길 바란다. 통합물류센터의 경우 협회가 주도하기에는 만만치가 않다. 필요한 다른 단체와 힘을 합치는 것은 어떨까 싶다. 향후 중장기적으로도 물류센터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어야 한다.

 

4. 협회 활성화 : 회원수 증가, 제조사 교류, 월간지 향상


내가 협회장을 할 당시 회원사는 3,600곳, 이후 줄다가 최근 다시 올라가고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 5,000회원사는 되어야 한다. 회비도 연 12만원(월 1만원)은 되어야 하고 우등회원제도도 있어야 한다. 또 지회의 활동도 중요하다. 충청지회와 서울서부지역을 승격했는데 아직 인천지회는 설립되지 못하고 있다. 협회가 사람을 모으는 일에 좀 더 나서주어야 한다. 공구업은 유통과 제조가 실과 바늘처럼 움직이는 업종이다. 상호 도움이 될 일을 자꾸 만들어가야 한다. 떨어지면 서로 손해다. 최근 협회 월간지인 ‘기계공구지’가 많이 좋아졌다. 책을 통해 회원들이 정보와 지식을 교류해야 한다.

 

5. 지원사업 : 홈페이지 활성화, 변호사 세무사 지원


당시 홈페이지를 활성화시켜 더 많은 지식을 공유해야겠다고 공약했다. 최근 협회가 홈페이지를 아주 새롭게 잘 만들었다. 또, 변호사와 세무사를 지원하고 유통질서 위원회 활성화도 내걸었다. 전문가들이 더 들어와야 한다는 뜻이었는데 한 번 더 실제적이고 전문적인 지원단이 꾸려지길 바란다.

 

수고가 희망이 되도록


이외에도 전문적 컨설팅을 받아 협회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자는 것, 공사를 구분하여 협회일과 내 사업이 연결되지 않고 오로지 공적인 일로 헌신하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오로지 공적인 목적으로 협회에 헌신했던 것만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17년 만에 예전 선거홍보물을 꺼내 보는 동안 옆에서는 그때보다 지금의 내가 더 젊다고 농을 던졌다. 설마 세월을 거스를 수 있겠냐마는 그동안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늙을 새도 없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2023년도 다 지나간다. 예전 것을 꺼내어 ‘숙제 다 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진했으면 내년에 해야 하고, 다 이뤘다면 다음 목표를 정해야 한다.
남들은 내게 숙제를 잘하는 사람이라 하겠지만, 그래도 나 스스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 예전에 만들어놓은 숙제장을 꺼내보고, 잘 안되었으면 다시 한번 숙제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그 점검을 통해 우리는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간다. 

“과거는 항상 우리에게 남아 있으며, 이 과거를 희망으로 바꾸면 우리는 발전한다.” 
-미국작가 해리엇 비처 스토-
지나온 2023년 수고하셨으며 한 해의 수고가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수고하신 우리공구인들에게 응원의 박수와 희망의 기도를 선물한다.

 

 _ 최영수 크레텍 대표이사, 발행인, 명예 경영학·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