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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익THK㈜ 다산공장

 

Since 1960 찐 메이드인 코리아
삼익 ‘줄’

 

삼익THK㈜ 다산공장

 

 

 

 

삼익THK는 1989년 거래소에 상장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기업으로 
로봇, 데이터관리 등 새로운 가치와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삼익THK의 제조역사에서 ‘줄’은 바로 삼익의 63년 노하우의 정수다.

 

진영환 회장을 이어 삼익THK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가고 있는 진주완 사장.

 

줄의 역사는 삼익의 역사 


“1960년 5월 10일, 대구의 허름한 가건물 작업장에 목절기의 굉음이 심장박동처럼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기계공업 불모지였던 대구에서 묵정밭을 일구는 개척지처럼 공업용 줄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100년 기업을 향해 달려가는 삼익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2020년 발간된 삼익THK 60년사 화보집 첫 문장이다. 대한민국 산업의 태동기, 삼익공업으로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딘 삼익은 삼익하면 줄을 떠올릴 정도로 그 자체가 기업의 역사가 되었다. 

 

삼익THK 다산공장 전경

 

창업초기

 

재료부터 작업자까지 메이드인 코리아


현재 줄은 경북 고령에 소재한 다산공장에서만 생산된다. 다산공장 줄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하종명 공장장은 재료부터 제조, 검수까지 모두 ‘메이드인 코리아’를 고집한다고 말한다.


“예전엔 일본에서 재료를 수입하다가 여의치 않게 되면서 세아제강과 재료를 개발했어요. 재료부터 모든 공정에 이르기까지 국산화를 이루었죠. 고유의 손기술이 필요한 수작업이 많다보니 우리 공장 작업자들의 근속연수가 30~40년 돼요. 평균 연령은 58세가량 된 장인들이죠.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 공장엔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어요. 신입사원 뽑아서 생산공정에 투입해도 정상제품 출시까지 3~5개월은 걸려요. 그나마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도 많지 않아요.”

 

 

공정의 50%는 수작업, 진입장벽 높아


줄 생산량은 현재 연간 월 10만개 규모로 매출규모는 40억이다. 국내시장 점유율은 70~75%, 국산 제품 비율만 본다면 90% 이상 차지한다. 그만큼 줄시장에서 삼익THK가 차지하는 위상이 크다. 한 개의 줄이 완성되기까지 크게 6단계의 공정으로 구분된다. 세부작업까지 따진다면 80~100가지 공정에 이른다.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었지만 공정의 50% 가량은 여전히 수작업이다. 그래서 진입장벽이 높다.

 

 

“옛날에는 쇠를 달궈서 하나하나 손으로 두드려 만들었죠. 지금은 단조기계가 있어 쇠를 달궈 금형에 모양을 찍어내요. 평형상이 사다리꼴로 나오는데, 한번 찍어내고 끝나는 게 아녜요. 자르고 가열하고 때리고, 계속 작업이 이어져요. 치수를 맞추고 연삭작업하며 이물질을 제거해야죠. 제품마다 제거방식도 조금씩 달라요. 숫돌 또는 사포로 표면을 갈아냅니다. 기계로 하다가 또 손으로, 제품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단순히 기계만 돌려선 안돼요. 작업자가 모든 공정을 알아야 해요.”

 

쇠를 깎는 줄, 열처리 잘돼야 진정한 줄


연삭 후에는 날을 세우는 목절작업이 이어진다. 다산공장에는 목절기계만 60대가 있다. 평형, 반원형, 원형, 각형 등 형상별로 기계가 세팅되어있다.

 

단조, 연삭, 목절작업 후 가장 중요한 열처리 단계.


“기계도 공정에 맞춰 직접 만들었어요. 사이즈에 따라 작업공정이 달라서 쉽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단계는 바로 열처리. 형상 잘 만들고 칫수 제대로 맞춰 연삭하고 날을 잘 세워도 열처리가 제대로 안되면 줄은 줄이 되지 못한다고 말하는 하 공장장.

 


“줄의 역할은 바로 쇠를 깎는 거예요. 그러려면 아주 강해야겠죠. 그래서 열처리가 아주 중요합니다. 테스트 시험봉 경도가 HRC56이라면 우리는 65까지 경도를 맞춰요. 속까지 열처리를 하고 표면까지 탄소를 더 불어넣어주기 때문에 아주 단단해져요. 열처리기계에 자동온도센서가 있지만 작업자는 화색만 보고도 온도를 알아채요. 바로 상황판단을 해 불을 즉시 높이거나 줄이는 노하우가 진짜 줄을 만들죠.”

 


마지막 클리닝작업으로 제품이 깨끗하게 완료되면 경도 테스트를 한다. 이때 100% 전수검사를 통해 제품불량을 원천 차단한다. 

 

줄쟁이라 불리는 게 자랑스러워


하종명 공장장은 뼛속깊이 줄쟁이이자 삼익맨이다. 1991년 고등학교 졸업 후 입사해 32년간 줄제조 한길을 걷고 있다. 이런 임직원들이 모여 삼익의 오늘을 일궈낸 것이다. 


“삼익줄의 역사에 저도 포함되죠. 전 스스로가 대한민국 최고의 줄 전문가라 생각해요.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건 자랑스러운 거예요. 해외의 다양한 줄공장을 방문해보면 서로 경쟁하는 관계면서도 통하는 게 있어요. 언젠가 세계의 줄쟁이들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어요.”

 


그는 현장출신 첫 공장장이자 가장 젊은 공장장이다. 여러모로 어렵지만 줄사업부야말로 삼익THK의 모태이자 정신임을 강조한다. 


“줄공장 막내로 시작했죠. 한창 바쁠 때는 저녁 9시 반까지 작업하고 또 새벽에 출근했어요. 회사에 있는 게 좋아서 시험실 간이침대에서 자고 아침 일찍 출근하곤 했죠. 일이 즐거웠고, 점심 먹고 옥상에서 하는 족구도 참 재미났어요. 당시 주5일 근무에 월급도 다른 큰 회사와 차이가 없어 나름 워라밸을 누렸어요. 당시만 해도 줄공장 직원만 320명, 통근버스 5대가 대구 침산공장을 오갔죠. 지금은 35명으로 10분의 1밖에 안돼요. 이곳으로 공장을 옮긴지도 벌써 20년. 품목수도 입사당시 600~700개에서 지금은 120~130개 정도로 줄었어요.”

 

일본 줄 명가 츠보산에 줄 납품


다산공장에서 주로 생산하는 제품은 철공용줄, 조줄, 톱줄, 마제용줄 등이다. 1979년 한국 최초로 미국에 줄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둔 이후 철공용줄과 조줄, 톱줄은 일본으로, 마제용줄은 유럽, 미국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츠보산이라고 일본에서 5대째 내려오는 100년 기업이에요. 우리보다 오랜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고, 일본에서도 최고의 줄회사로 인정받고 있죠. 우리가 츠보산에 조줄, 톱줄, 철공용줄 등을 수출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품질수준에 맞춰주고 있다는 의미라 자부심이 커요.”


줄산업이 일본에서 영향을 받았기에 현장에서는 여전히 줄 대신 ‘야스리’란 말이 통한다. 


“2012년 중국 상해전시회에서 처음 만나 거래하게 됐어요. 1990년대 기존 수출처들이 중국, 인도 제조업체로 넘어가면서 위기를 겪던 중 일본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줄회사가 최대 수출처가 되었으니까요. 지난 6월 방문 때는 수출량을 15% 늘리고, 납품가 협상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어요. 우리의 요구를 흔쾌히 오케이해준 건 그동안의 신뢰가 쌓여서가 아닐까요?”

 

MORSE 방문모습.

 

마제용줄은 유럽, 미국으로 수출


마제용줄은 말발굽을 갈 때 사용하는 공구다. 이는 독일의 셰프용 고급칼 제조기업으로 유명한 딕에 수출을 하고 있으며, 전세계 2위의 편자 업체인 네덜란드 케카르트에도 전량 수출이 되고 있다. 케카르트는 영국왕실의 인증을 받은 제품을 내놓고 있어 삼익 역시 동일한 수준의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처음에는 마제용줄 기술 일부를 전수받았죠. 지금도 마제용줄 제조기술을 갖고 있는 곳은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정도에 불과해요. 우리와는 80년대 초반부터 아주 돈독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어요. 일반 산업용줄은 자동화로 대체되는 추세지만 마제용줄은 자동화가 안돼요. 살아있는 생명에 직접 사용하는 공구라 더욱 세밀하게 작업해야합니다. 세계 유명 줄 업체들도 품질과 생산성을 맞추지 못해 포기한 분야예요.”

 

공구브랜드 모스와 줄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NBI영업팀, 가운데가 최재원 팀장.

 

미국 모스 홀커터 국내 도입


줄은 워낙 기초적인 공구인데도 불구하고 제조과정에서 많은 공이 든다. 하 공장장은 그 역사성에 비해 가치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아쉽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익줄의 품질과 기술력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공구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최재원 팀장은 삼익이 한국 줄의 가치를 지켜가는 한편 모스 홀커터를 국내시장에 소개, 공구기업으로의 입지도 공고히 유지 중임을 강조한다.


“1992년부터 꽤 오랜기간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죠. 모스는 밴드쏘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기업으로 1962년 창립돼 세계 탑5 안에 드는 브랜드예요. 밴드쏘나 줄이 용도는 다르지만 피삭물을 깎는 공구란 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죠. 창립시기도 비슷하고요. 아시아 생산거점 공동설립을 논의할 만큼 여러 비즈니스 분야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창업 63주년, ‘Heritage & New Era’ 


삼익의 역사에서 줄과 함께 70년대 히트상품은 단연 쌀통이다. 당시 혁신적인 아이템인데다 배우 이효춘 씨가 광고모델로 나서 지금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80년대에는 LM가이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초창기에는 일본THK사 국내총판으로 시작했으나 2011년 국내제조에 성공했다. 현재 메카트로 시스템을 바탕으로, 2026년엔 매출 7천억원을 목표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기업으로 순항 중이다. 삼익THK가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본래의 가치는 지키고, 시대를 앞서갔던 사업 다각화 전략이다. 

 


“창업주의 헤리티지인 도전정신을 새기며 삼익줄이 대한민국 국가대표란 자부심을 늘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우리만의 단조와 열처리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한걸음 더 나아갈 계획입니다. 줄은 우리의 뿌리이자 정수입니다. 삼익THK가 시대를 앞서왔듯 우리 다산 줄공장도 ‘뉴 에라’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글·사진 _ 김연수 / 자료출처 _ 삼익T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