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공구와 품질
공구인들에게 익숙한 KS인증마크를 시험평가 하는 기관은 어디일까? 공구의 내구성 실험은 물론 파손된 공구의 원인까지 분석 해주는 기관이 있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이 바로 그곳. 공구인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을 방문해 보았다.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Korea Testing & Research Institute, 이하 KTR)은 대한민국 산업 전 분야에 대한 종합 시험, 인증, 기술컨설팅을 수행하는 국제공인시험기관이다.
KS, KC 등 국내인증은 물론 해외 37개국 170여 기관과 사업 파트너십을 구축해 해외인증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KTR이 보유한 연구소는 8곳이 넘으며 50여개의 연구센터에서 각종 실험 및 연구가 이루어진다. 이곳에서는 대략 1천명의 연구원들이 연간 4만여 기업으로부터 35만건의 시험평가를 제공하고 있다. 만약 공구인들이 자신의 공구 성능을 확인하고 싶다면 KTR의 여러 센터 중 신뢰성평가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함종오 신뢰성평가팀장의 말을 들어보자.
“KTR 신뢰성평가센터는 ‘소재·부품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설립됐습니다. 저희 센터는 다수의 전문 인력이 고무, 플라스틱, 금속 소재 부품의 특성평가, 내구성 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죠. 볼트, 너트 같은 금속 부품을 비롯해 드라이버, 플라이어와 같은 수공구의 내구성도 확인 할 수 있는 곳 입니다.”
전국에 위치한 신뢰성평가센터는 15곳이다. 그중 KTR의 신뢰성센터가 화학 및 금속 소재 부품의 고장 원인 분석 및 기술 지도를 가장 많이 수행하고 있다. 많은 공구 제조사에서 자신이 생산한 제품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 할 방법을 몰라 고심한다. 동시에 공구를 수입 판매하는 공구유통사도 새로운 브랜드 제품의 내구성 확인이 어렵다. 그럴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KTR 신뢰성평가센터다.
KTR 신뢰성평가센터는 각종 시험 평가 방법을 20여년 동안 꾸준히 개발해왔다. 열 열화 기반 가속수명시험법, 크리프 열화 기반 가속수명시험법, 복합피로 평가기법, 화학소재부품 신뢰성평가기준 개발 등 다양한 시험평가방법을 개발해 산업계의 요구에 대응해 왔다. 얼마 전에는 함종오 센터장이 개발한 ‘냉간압조용 강선의 구상화 열처리 평가 방법’이 국제 표준(ISO)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냉간압조용 강선의 구상화 열처리 평가 방법’은 국가기술표준원이 지원하는 ‘국가표준기술력향상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된 방법입니다. ‘ISO 23825’로 이름 붙여진 해당 국제표준은 정회원국 10개국의 승인으로 등록되었죠. 냉간압조용 강선은 굵은 와이어나 손가락 굵기 정도의 철사로 생각하면 됩니다. 산업기계, 건설, 자동차나 전자 등에 사용되는 볼트나 너트, 작은 나사를 제작하는데 사용되죠. 볼트 너트 원자재의 열처리 결과를 정량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되었죠.”
함종오 센터장은 금속소재 분야의 공학박사로 금속 손상원인 분석의 달인이다. 대한금속 재료학회의 지원을 받아 ‘금속 손상원인 분석의 기초’를 저술하기도 했다. 자신이 개발한 실험법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것은 연구자로서 훌륭한 업적이다.
“ISO는 유럽과 미국, 아시아 기술 강대국의 각축장입니다. 자신의 연구결과를 영어로 설명 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국가 과학자의 연구용어가 섞인 영어 질문에도 논리적으로 답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누가 보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위해 자신이 연구한 분야 지식을 전문서적으로 남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1997년 제가 KTR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함께 일하던 연구원들이 100명을 겨우 넘었습니다. 지금은 1천여 연구원들이 일하고 있죠. 한국의 산업이 성장하면서 시험 검사기관인 KTR도 성장한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공구는 가격이 비싸도 독일,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 브랜드 제품이 국산제품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도 좋은 재질을 사용하지 않았거나 혹은 한국의 기술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함종오 센터장의 의견은 다르다.
“대한민국 산업현장의 기술력은 대단합니다. 이제는 우리도 선진국만큼 기술력이 높아졌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도 외국 브랜드 제품처럼 고품질의 공구를 제작할 수 있어요. 그러나 수요가 따라주지 않아서 생산이 되지 않는 것 입니다. 품질에 맞춰 가격이 결정되기도 하지만 가격에 맞춰 품질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 되는 것이고요. 처음 우리나라도 자동차를 제작했을 때 저가격 저품질의 자동차를 선보였습니다. 지금은 고급 브랜드의 고품질의 자동차가 출시되고 있죠. 공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고품질의 공구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만 소비되는 국산 브랜드는 수요 부족으로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큰 투자가 이루어지고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춰 해외로도 수출 된다면 가격 경쟁력 갖춘 고품질의 공구 생산 가능합니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저희 KTR 같은 기관을 통해 다양한 실험으로 제품 품질 인증을 받아야겠죠. 해외 수출을 꿈꾸는 공구 브랜드라면 저희 기관 이용이 필수입니다.”
KTR 신뢰성평가팀이 보유한 시험설비는 다양하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비영리 기관으로 시험인증 수입을 대부분 시험설비에 투자해서다. 제조사는 KTR의 ‘고장불량원인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나은 재료변경, 공정개선, 사용조건개선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사업을 통해 시험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공구인이라면 KTR 신뢰성평가팀을 이용해 제품 품질을 끌어 올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