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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공구인 칼럼] 어머니 회사 이어받으며

 

전선릴 ㈜미주 김두용 신임대표 칼럼 

 

어머니 인생 바친 회사를 이어받으며

 

1999년 나의 어머니께서는 미주산업을 창업하셨다. 영세하고 작은 제조업체였던 미주산업은 점점 성장하더니 지난 9월 20일 인천 강화도에 신사옥을 만들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 10년 전 미주산업에 입사했던 나도 경영인으로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고 있다.

 

 

 

전기 관련 산업제품 안전 중요해


미주산업은 전선릴을 전문적으로 제작 유통하는 기업이다. 현대문명에서 전기는 필수품이자 귀중한 존재지만 잘못 사용하면 큰 사고위험이 있다. 그렇기에 전선릴과 같은 전기관련 제품은 안전성이 중요하다. 제대로 된 전선릴을 소비자들은 사용해야 하며 제조사들은 엉터리 전선릴을 제작해서는 안된다. 공구상 같은 유통사도 품질이 떨어지는 위험한 제품은 유통하지 말자. 그러나 아직까지도 몇몇 소비자들이 제품의 품질보다 가격을 중요시한다. 그 결과 안전한 제품보다 저렴한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 전선의 동 함량을 낮추거나 전선을 감싸는 PVC를 재생품 혹은 품질이 떨어지는 원료를 사용한 전선릴이 제작하기도 한다. 몇 번이고 강조하지만 전선릴과 같은 전기를 다루는 제품은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 그래서 미주산업은 오직 정량과 정품을 고집하며 제작해왔다.

 

2세 경영 생각보다 편안하지 않아


나의 어머니 이민숙 대표님은 미주산업을 창업하셨다. 어머니가 하시는 사업이라 아들인 내가 자연스럽게 도와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대학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세 경영자의 위치는 생각보다 고달프다. 직원도 아니고 사장도 아닌 창업자의 2세는 회사에서 처신을 잘 해야 한다. 회사를 창업해 경영을 하는 1세대보다 직원의 마음을 생각해야 한다. 나 스스로 나의 행동이나 언행이 타인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고 동시에 창업자의 결정이 무리한 것이 아닌지 확인하며 솔직하게 나의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그런 의견을 내놓는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날 수 있고 나도 모르게 경영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반대로 내가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직원과 달리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고 책임감이 있기에 몸이 아프거나 정신적으로 지쳐도 평범한 직원처럼 연차나 반차를 낼 수도 없다. 오히려 노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남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게 된다.

 

배움과 도전의 아쉬움 누구나 있어


미주산업에 입사하기 전 나는 해외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문물과 지식을 배우고 싶었고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픈 욕구가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지셨고 나에게 있어 나의 욕심보다는 가족의 건강이 더 중요했다. 자연스럽게 미주산업에 입사해 어머니의 일을 도우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창업자의 아들이 회사에 들어와 일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나에게도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다른 사람들처럼 선진국에서 공부해 한국에 돌아와 큰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한다. 지금 내 삶에 후회는 없지만 유학 생활에 대한 아쉬움은 가지고 있다. 나를 비롯해 많은 2세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과 숙명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있음을 창업자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2세 경영자들은 자신의 인생을 창업자가 세운 회사에 헌신하며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1세대의 노력과 경험 보고 배워야


창업자인 1세대의 시선에 2세대는 부족할 수 있다. 나 역시도 10년 전의 내 모습은 다소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내가 노력하면 새롭게 거래처를 많이 뚫고, 새로운 제품도 쉽게 개발해 회사에 큰 도움을 주고 어머니의 근심도 덜어드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또 의지만 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좌충우돌하며 나의 부족한 능력에 때로는 의기소침하고 때로는 자포자기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스스로가 위축되는 순간 내가 보고 배울 사람은 미주를 창업하시고 경영하시는 어머니였다. 때로는 기다리고 기회가 오면 힘차게 뻗어나가는 어머니의 경영을 보며 미주산업은 점차 성장했다.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나와 같은 2세 경영인은 회사에 어울리는 능력을 갖추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보폭 큰 어머니, 따라가기 바쁜 아들


나의 어머니 이민숙 대표님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어머니의 경영 보폭은 아들인 내가 따라잡기 힘들었다. 사업경영의 중요 결정은 대표님이 하지만 그 결정에 따른 행동과 보좌는 2세 경영자와 회사 직원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나와 직원들은 때때로 헉헉거렸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경영으로 미주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인천 강화도의 새로운 신사옥도 어머니의 결단으로 원자재 상승 대란 속에서도 큰 문제없이 잘 마련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정품 정량을 더욱 지키기 위해 전선을 직접 생산하는 시설도 새롭게 들였다. 이제 미주는 직접 전선을 제작하며 고품질의 전선릴을 보다 완벽하게 제작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나는 어머니의 결정과 사업진행을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 내가 직접 경영을 해볼 기회가 주어졌다.

 

사업 안정화하며 생활용품 확대


미주산업은 전선릴만 만드는 업체가 아니다. 산업용 멀티코드, 작업등, 멀티탭을 비롯해 건설 및 일상생활에 필요한 전기자재를 제작 판매하고 있다. 강화도로 신사옥을 확장 이전하면서 나는 대표이사 직함을 달고 경영에 본격적인 참여를 하고 있다. 나는 미주산업이 생산하는 제품 중에서 가정용 생활용품을 더하고 싶다. 돼지코를 닮은 플러그 모양에서 힌트를 얻어 보코(복코)라는 브랜드도 만들어 놓았다. 일반 가정에서도 다양한 전자제품, 조리기기, 건조기, 인덕션 등을 사용하면서 멀티탭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휴대폰의 충전기능을 더한 안전하고 튼튼한 멀티탭, 디자인과 색상, 모양이 일반적인 제품과 다른 멀티탭이 인기를 끌 것을 예상한다. 현재의 미주산업은 어머니를 비롯해 전직원의 땀과 눈물로 만들어낸 결과다. 내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회사를 보다 튼튼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생활용품 시장에 진출해 큰 성과를 올리고 싶다. 그러면서 동시에 정품 정량이라는 미주산업의 전통을 지킬 것을 다짐한다. 

 

_ 김두용 주식회사 미주 신임 대표 / 정리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