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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전남 순천 재기종합상사

“변화 두렵지 않아요”식품회사 직원에서 철물공구상 대표로

 

전남 순천 재기종합상사 송기정 대표

 

 

 

 

대학에서 식품공학 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대표는 식품 회사 직원에서 철물공구상 대표로 변신했고 잘 나가던 철물 납품 중심 매장을 공구 소매 매장으로 또 한 번 변신시켰다. 재기종합상사 송기정 대표는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말한다.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대표의 이력


취재를 위해 재기종합상사 내실로 들어갔을 때, 여타 다른 공구상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그건 바로 책꽂이와 책꽂이를 가득 채운 문학, 역사/문화 관련 서적들. 집에 있던 책들을 자녀들이 다 커 독립해 나가 굳이 집에 둘 필요가 없어 매장에 두었다고 말하는 대표였지만 집의 책을 매장에 갖다 두는 공구상 대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까? 책꽂이를 보자 뭔가 다른 대표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재기종합상사 송기정 대표는 식품공학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했고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뒤 공구상이 아닌 식품회사 연구개발실 근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다니던 회사에서 다른 식품업체로 이직도 했지만 결국 인생의 방향은 공구 판매 쪽으로 흘러오게 되었다.


“대학 다닐 때도 친구들이 저한테 장사하라고 했어요. 제가 장사에 감각이 좀 있나 봐요.”

 

 

타고 난 장사에 대한 감각


대학 시절 군 제대 후 복학하기 전에 아버지가 하던 가게의 장사일을 도우며 ‘장사란 이런 거구나’라는 걸 느꼈다. 당시 나이 스물 넷, 장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용’이라는 것을 깨닫고 아버지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90°로 인사하며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쌓았다.


“식당에 밥을 먹으로 가도 ‘내가 밥을 만 원 어치 먹었지만 십만 원 정도의 대우를 받았다’하고 느끼면 기분 좋잖아요. 그런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때도 하루에 10개 팔던 걸 저는 100개 팔고 그랬어요. 친구들이 정말 너는 복학하지 말고 장사하라고 그랬다니까요.”


그렇게 장사에 대한 경험이 있던 송기정 대표는 근무하던 회사를 나온 뒤에는 남 밑에서 일하는 것보다 아버지처럼 사업체를 꾸려 내 장사를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남이 하는 철물공구상에 들어가 공구 일을 처음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재기종합상사 송기정 대표와 직원들

 

직원으로 일하던 업체 대표와 동업해 큰 매장으로 키워


매출이 구멍가게 수준이었던 철물공구상은 송기정 대표가 들어가 직원으로 일하자 매출액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2~3년만 더 유지하다 가게 문을 닫을 생각이었던 매장의 사장님은 매출이 늘자 송 대표에게 동업을 권했고, 그렇게 공동대표로 매장을 운영하다 전 사장이 일을 그만둔 뒤 매장의 정식 대표로서 재기종합상사를 꾸려나가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당시, 재기종합상사의 매출액은 많을 땐 60억 원에 달했으며 연평균 매출액은 30억 원에 이르렀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신용’. 거래처로부터 받은 ‘재기종합상사에 가면 뭐든지 구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신용이 있었기에 재기종합상사는 순천의 대표 철물공구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결국 오너의 마인드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잖아요. 거래처도 돈 없는 거래처에 물건 줬다간 잘못하면 부도 맞고. 튼튼한 거래처를 찾아서 이익을 창출해야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거고요. 백만 원짜리 거래처도 천만 원, 일억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변신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어


현재 재기종합상사의 위치는 순천의 산업단지(율촌산업단지) 한복판. 13년 전 지금 자리로 이전하기 전에는 소매가 아닌 납품 위주로 장사하던 재기종합상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매장의 판매 구조를 완전히 탈바꿈시켜 납품보다는 소매에 더 힘을 쓰고 있다.
과거 매장의 주 거래처는 현대건설과 현대건설 납품업체들이었다. ‘뭐든 구할 수 있다’는 신뢰로 재기종합상사로부터 물건을 납품받던 유통 구조는 온라인 판매 업체들이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온라인 유통이 점차 활발해지면서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해 가던 거래처들이 온라인 쪽으로 거래처를 옮겨 가는 것이 느껴졌다.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한 송기정 대표는 변신을 결심했다. 제대로 된 매장을 갖추고 또 리스크가 있는 납품보다는 안정적인 소매 위주로 사업을 해야겠다는 결심에 산업단지 중심부로 매장을 옮겼다.


“산업단지 고객들은 매장에 와서 비싸단 말을 안 해요. 가격보다 필요한 물건 빨리 구하는 게 최선이거든요. 또 예전엔 주로 철물 제품들 납품하던 것도 주 판매 품목을 철물에서 공구 쪽으로 완전히 바꿨죠. 그렇게 계속 변신해 왔어요.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요.”

 

출력실에 마련된 인쇄기에서 인쇄되는 스티커

 

제품 판매부터 스티커 인쇄까지 전부 ‘원스톱’


납품 위주의 예전 매장에서처럼 지금도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품목을 전부 갖춰 놓으려 노력하는 재기종합상사 송기정 대표. 현재 매장에 판매 등록되어 있는 품목 수만 14만7천 가지 이상이다. 상품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구하는 ‘정보’역시도 판매 품목이다.
산업단지에 일하러 온 고객들은 물건을 찾아 재기종합상사에 들렀다가 업무에 필요한 각종 사항들을 물어 온다. 업무에 포크레인이 필요한데 어디서 일하는 분을 구할 수 있는지, 지게차가 필요한데, 카고 크레인이 필요한데…. 그런 고객들에게 송기정 대표는 전화번호와 함께 상세한 관련 정보를 전달해 준다. 다른 생각에서가 아니라 모두 상대방을 위해서다.
그와 함께 재기종합상사의 매장 한켠에는 대형 인쇄기가 비치돼 있는 출력실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 역시도 매장에 방문한 고객들이 매장에 와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전부 다 가져갈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다.


“가게에 와서 안전 현황판이나 작업판 구입해 가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스티커를 프린트해서 붙여야 한단 말이에요. 다른 곳 갈 필요 없이 우리 매장에서 ‘원스톱’으로 할 수 있도록 인쇄기로 스티커까지 인쇄해 드리고 있습니다. 현수막도 인쇄할 수 있고요. 미사일과 여자 빼고 모두 구할 수 있는 재기종합상사 한 번 방문해 보세요.”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