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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BIZ]

 

위기관리 시나리오
 

코로나 이후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앞으로 우리가게에는 어떤 다른 위기가 잠재해있을까. 슬기롭게 극복해온 사장이라면 알 것이다. 시장의 니즈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내·외부 잠재한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시나리오’다.

 

 

거리에서 물었습니다 

우리가게 앞으로 어떤 위기 예상되나?

 

가격과 이윤관리, 시대변화에 따른 속도 따라잡기, 브랜드 만들기, 인건비, 온라인 경쟁, 서비스 품질 등을 예상되는 어려움으로 꼽았다. 

 

 속도 

 

빠르게 변화 못하면 꽝

벌써 코로나19 2년차네요. 백신접종이 완료되는 시점이 되면 세계 랭킹 15위 내 국가들은 차츰 경기가 살아난다고 봐야죠. 지난해 선박수주가 늘어났다고 하지만 조선은 2~3년 걸려요. 저희는 선박 유지보수 품목을 취급합니다. 기존 나가는 제품군 주문량을 예측해서 선구매하거나, LNG관련 방폭공구를 준비할 수도 있겠죠. 환율에 맞춰 글로벌 브랜드를 미리 적재해 놓는 것도 경쟁력일 겁니다. 정보가 빠른 만큼 우리도 더 빨리 준비해야 해요. 
부산 마린플러스 지현식 대표

 

 이윤 하락 

 

인터넷 판매로 마진 사 라 져

인터넷에 모든 공구 가격이 공개가 되면서 공구시장이 단가싸움이 되어버렸어요. 적절한 마진을 보지 못하는 것이 위기죠. 우리가 대형업체로부터 물건을 받는 가격보다 인터넷 가격이 더 저렴해요. 특히 전동 같은 경우 누구는 비싸게 물건을 받고 누구는 싸게 물건을 받는데 어떻게 경쟁이 되겠습니까. 유통에 질서가 없어졌어요.
경기 화성 (주)성원종합공구 박현선 대표

 

 

 인건비 

 

4대 보험료 내려주세요

가장 크게 다가오는 건 인건비에 대한 부담입니다. 매출이 많이 줄어든 상태에서 직원을 여럿 두는 건 당연히 부담이겠죠. 더 큰 문제는 모순적인 정부 정책 집행이에요. 매출이 아무리 줄어도 매출액과 상관없이 직원의 4대 보험료는 똑같습니다. 직원 수가 곧 업체의 수익으로 평가되는 겁니다. 취업 장려한다면서 4대 보험료는 내려주지 않으니 요즘같은 상황에 사업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직원을 내보낼 수밖에 없어요. 이게 모순적인 행정 아닐까요?
경기 안양 디엔디코리아 김홍중 대표

 

 

 시간, 재고관리 

 

배가 들어오면 바로 공급해야

우리는 선원들 쓰는 물건 공급해요. 배가 정박해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항상 시간에 쫓기죠. 공구나 용접, 기계, 펌프 등 재고가 부족하면 안돼요. 그런 면에서 크레텍이 정말 잘 되어 있어요. 배가 안 들어오면 위기겠지만 배는 들어오니까요. 육지에선 구할 수 없는 희귀품목이 많은데 이 모든 게 부산엔 다 있어요. 그 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시간, 재고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부산 에어플러스 손정일 대표

 

 

 도소매 기준 

 

강자독식되면 작은 공구상 어떡해

있는 사람들에게, 또 가진 것 많은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시스템이 위기죠. 예전에는 도매업체는 도매만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소매도 하잖아요. 그럼 결국 강자독식의 시대가 된 것입니다. 도매로 구입해 소매로 소화 가능한 업체만 살아남는 것이죠. 그런데 그것은 소수만이 살아남고 대부분의 공구상은 살아남기 어려워요. 
경기 화성 계양전기 화성센터 한진철 대표

 

 

 주력 품목  

 

우리만의 브랜드가 미래먹거리인데…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저희에겐 한 가지 숙제가 있어요. 특정 품목이나 아이템을 취급하는 대리점으로서 주력 품목이 없다는 겁니다. 그런 걸 하나 만들려고 노력 중이예요. 지금 대기업 납품만 하는데, 언제까지 담당자와 잘 지내는 것만으로 사업을 이끌어갈 순 없어요. 전동이면 전동, 수공구면 수공구,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제품, 가격경쟁력 있는 우리만의 브랜드를 갖춰 미래 먹거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부산 ㈜에스엠기업 김성민 대표

 

 

 온라인 

 

오프라인은 내리막, 가격은 물량에서 밀리고

매장 장사는 하향길이라고 보죠. 매출이 해마다 줄고 있어요. 재작년에 비해 작년이 30% 떨어졌고, 올해 1,2월도 작년대비 30% 더 떨어졌어요. 그런데 온라인은 또 단가경쟁에서 밀려요. 직접 제조하거나 다른 데서 못 구하는 게 아니면 대상(大商)들 때문에 단가를 못 맞춰요. 물량이 적으니 택배 건당 단가도 높고요. 적게 팔면 택배비로 손해를 보는 거죠.
대전 진잠종합상사 유종하 대표

 

 

아마존 들어오면 어쩌죠?

요즘은 정말 비대면이다 뭐다 해서 공구상으로 공구 사러 오는 사람이 적습니다. 전부 온라인에서 구입하죠. 그런데 온라인은 또 얼마나 경쟁이 치열합니까. 원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곳도 있고요. 또 미국 아마존도 우리나라에 곧 들어온다 하는데 그만큼 경쟁이 더 치열해지겠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힙니다.
인천 삼일종합공구 방세일 대표

 

 

서비스

 

팔방미인 돼야하는데 걱정

소매는 다 잘해야 합니다. 단가, 구색, 서비스, 입지 등 모든 것을 잘해야 살아남는 시대죠. 특히 단가와 서비스가 중요해진 시대 같아요. 손님이 요구하는 서비스와 단가 대응을 못하면 바로 바로 위기입니다. 손님이 제일 현명하고 똑똑해요.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뒤돌아 섭니다. 시대의 변화나 요구에 따라가야 살아남는 세상이죠.
경기 화성 현주종합공구 조규창 대표

 

 

품목 확대

 

‘저집 가면 다 있어’ 되어야

다들 온라인에서 도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고들 있는데 어떻게 버티겠어요. 동네 조그만 철물점들은 벌써 다 문을 닫았어요. 한 가지 품목만 판매하는 전문점도 전부 폐업했고요. 살아남으려면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는 대형 매장으로 가는 수밖에 없어요. ‘이 집 가면 다 있어’하는 생각이 드는 매장이요. 저희도 지금 품목을 다양화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충남 아산 삼천리종합상사 이병헌 대표 

 

 

코로나 이후

 

파도 치고 난 뒤가 더 위험

건축 설계분야가 너무 한산해요. 인허가와 설계가 나와야 땅을 파고 공사가 이뤄질 거 아녜요. 기존 공사 납품계약은 몇 년씩 쭉 이어지니까 작년까지는 큰 영향이 없었는데 올해는 조금 어려운 한해가 될 거예요. 코로나 여파도 금년도에 올 거예요. 파도도 치고 난 뒤가 더 무서운 거거든. 긴장을 많이 하고 있어요. 필요 없는 지출은 줄이고 고정비도 줄여서 절약해야죠.
대전 삼원상사 이재원 대표

 

 

 건설 규제 

 

현장손님 줄까봐 걱정

우리는 전기설비 분야 현장직 손님이 많아요. 요즘은 건설 쪽 규제가 심해져서 작게 건설하는 사람들은 움직이지를 못해요. 건물이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종합건설 면허가 있어야 하거든요. 앞으로는 손님이 점점 줄어들 것 같아요. 올해는 좀 낫겠지 하는데 여태까지 해마다 제일 힘들다고 하네요. 그래도 공구업계는 식당 학원 같은 곳보다 코로나 피해를 덜 본 업종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요.
대전 경보상사 박병윤 대표

 


 

리스크전문가 장동한 교수에게 듣는

위기,시나리오로 관리하라

 

 

불확실한 상황 대비할 수 있어

위기관리 시나리오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기가 올 것을 미리 예상하고 대비하는 방법이다. 불확실성이 큰 이슈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 이슈가 향후에 어느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나아갈지 잘 파악하여 대응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다. 대개 ‘불확실하다’는 것은 부정적 의미보다는 확실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미래에 무언가가 일어나거나 그렇지 않을 확률이 딱 반반이라면 불확실성이 가장 높다. 불확실하다고 해서 반드시 나쁘거나 위험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불확실에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향후에 부담하게 될 리스크가 엄청나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그 누구도 미래를 예상할 수 없기에 발생 가능한 여러 케이스를 미리 대비해야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성에 따라 여러 시나리오를 미리 구상하고 시나리오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과정’이다.

 

위기관리 시나리오 어떻게 쓸까

요즘은 코로나19로 달라지는 경영환경만큼 앞이 불확실한 것은 없다. 언제쯤 우리가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국내 위기관리 전문가인 건국대학교 장동한 교수(현 한국보험학회 회장, 전 한국리스크관리학회 회장)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위기를 관리하는 해법을 물어봤다.

 

 


Q  왜 위기관리인가.
A  비즈니스의 목표는 지속 성장이다. 여하한 일이 있어도 계속해서 안정적 성장을 하는 게 지상 목표다.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위험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고, 치명적인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 사업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위기관리 노하우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원래의 비즈니스로 복귀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 위기관리는 현실이다.

 

Q  위험과 위기는 무엇이 다른가.
A  사업을 하면서 직면하는 위험은 매우 다양하다. 각종 프로젝트 예산 및 진행 과정상의 위험, 회사 운영상의 인적 물적 배상책임 위험, 오늘 현재 사업을 하면서도 미래 성장 전략을 도모해야하는 위험, 사업 관련법과 규제의 준수 위험과 법/규제의 변화 위험 등이다. 이렇게 다양한 위험 중에서도 보다 중요한 위험은 한 사업체나 조직을 졸지에 무너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인데 이를 ‘위기’라고 한다. 코로나 사태가 좋은 예다.

 

Q  CEO가 가지는 위험요소는 무엇인가.

A  업체의 모든 위험들이 곧 CEO 위험이다. 한 사업체를 대표하는 CEO 입장에서, 그것도 주식회사와 같은 유한책임 회사가 아니고,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작은 사업체라면 CEO 책임의 크기와 부담은 더욱 크리라 생각한다. 매출 하락, 온라인 위협, 인건비 상승 뿐 아니라 성희롱이나 갑질 등의 평판 위험 또한 CEO에게 중요한 경계 대상 위험이다.

 

Q  위기 예방 시나리오, 어떻게 써야 하나.

A  효과적인 위기관리를 단계별로 생각해보자(회사 상황에 맞게 적용).

 

Q  시나리오 만들 때 간과하기 쉬운 것은?

A  위기관리는 남이 해주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또 회사의 전 구성원들과 함께 같이 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는 리스크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그리고 특정 시점에 마련된 위기관리가 계속 유효할 수는 없다. 상황의 변화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Q  리스크 측정 방법, 좀 더 과학적으로 알고 싶다.

A  리스크, 즉 위험이 문제가 되는 것은 위험이 사고를 일으킬 수 있고 손실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리스크 → 사고 → 손실). 특정 위험의 내용을 분석해서 예상 손실을 측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수식으로 나타낸다면 다음과 같다. 
 

 

상기 분석을 통해 예를 들어 네 가지 위험 유형을 만들 수 있다.

 

 

- 코로나로 경기가 위축되어 매출이 줄고 있다. 언제까지 얼마나 재고를 줄여야할까? 매출감소를 막을 방법이 없을까?
- 아들에게 지금 가업을 물려주는 것이 맞을까?
- 직원이 퇴사한다고 하는데 당장 대체할 인력이 없다. 
- 거래하던 큰 공장이 타지로 옮긴다는 소식이 들렸다. 거래가 끊긴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중급 위험의 예는 다음과 같다. 

 

- 바코드시스템이 있으면 편하긴 하겠지만 시간과 비용을 들여 몇 만개 품목의 바코드를 도입해야 할까?
- 거래해본 적 없는 업체에서 큰 주문이 들어왔다. 거래해도 될까? (신용 위험)
- 쇼핑몰은 구축 운영하는데 시간과 인력이 많이 들고 도입하더라도 온라인 가격경쟁이 치열할 텐데 꼭 해야 할까?
- 모 사에서 출시된 공구제품이 괜찮아 보이는데 신제품이라 망설여진다. 매입해 팔아볼까?
- OO지역에 산업단지가 생긴다는 소식이 있다. 매장을 이전해도 괜찮을까?

 

Q  위기관리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면?

A  2002년 중국에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벌어졌다. 사망자가 늘고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온라인 시장 매출이 급증했는데, 이게 바로 마윈의 알리바바가 급성장하게 된 배경이다. 마윈은 돌발 위기 상황에서도 비즈니스연속성계획(구체적인 위기관리 프로그램임)에 따라 위험을 극복하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기회 관리에 성공한 것이다. 다른 사례로,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가칭 마이클 커피&도넛이란 푸드트럭의 음식 창구 옆에는 ‘양심박스(honesty box)’가 있는데 ‘거스름돈은 알아서 챙기세요’라고 쓰여 있다. 손님들은 양심박스를 보고 처음엔 신기해하더니 자신을 신뢰한다고 생각했는지 얕은수를 쓰는 일이 없었다. 그 덕분에 주문을 받고 잔돈을 계산하는 시간이 확 줄었고 매출도 많이 늘었다. 사업을 하면서 당면한 위험을 예의주시하며 잘 관리하다보면 새로운 기회가 보이기도 하고 기업 가치를 올리는 상황으로 반전시킬 수 있다. 경쟁 기업이 보지 못하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신규 시장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조직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향상돼 기업 평판이 올라간다면 덩달아 기업가치도 높아지는 것 아니겠는가.

 

Q  본인에게 위기란 무엇이며,  이 시대 가장 위험한 요소는?

A  내게 가장 큰 위험은 ‘변화’다. 쉴 새 없이 우리네 삶의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다. 앞으로의 10년은 지난 몇 십 년의 변화보다 훨씬 클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급변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하느냐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과 비즈니스와 우리 사회의 현안이라고 생각한다. 답은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 같다. 어려울 때 제대로 변해야 한다. 그래야 통하고, 지속 가능하다.

 

Q  마지막으로 공구업계에 하고픈 말씀

A  공구 협회 내에 리스크관리 컨설팅 기능을 조직해보는 것도 좋겠다. 회원사들이 직면하는 여러 위험을 파악하고 위험 관리 과정에서 서로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디어와 정보는 공유해야 한다. 비슷한 상황에 있었던(또는 있는) 타 사의 경험이나 조언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타 사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지혜와 힘을 나누는 공생이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는 각자도생이다.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노력과 지혜가 중요하다. 일본엔 몇 백 년씩 가업을 잇는 시니세(老鋪)가 있다. 교토의 시니세 오이케는 오늘날 최첨단 필름코팅 사업을 하고 있지만 원래는 황실과 귀족들을 고객으로 하는 기모노 상점이었다고 한다. 현재도 교토 뒷골목의 허름한 목조 건물에서 계속 사업을 하고 있다. 모쪼록 모두들 어려운 시기지만 잘 극복하시고, 힘내시길 바란다.

 

 

 

진행 _ 장여진 / 참고자료 _ ‘전략가의 시나리오(유정식 著)’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