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LIFE & CULTURE

PICK

 

르네상스의 숨은 공구 설계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는 예술가인 동시에 공구 디자이너이기도 했다. 현재 사용되는 여러 가지 공구의 시발점이 된 다빈치의 공구 스케치를 살펴보고 현대 공구의 단초를 찾아보자.

 

 

천재 예술가의 또 다른 얼굴


‘모나리자’ 그리고 ‘최후의 만찬’으로 이름높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는 르네상스의 대표적 예술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천재성은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인간의 몸을 해부해 그 구조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려 했고, 날 수 있는 기계와 자력으로 움직이는 장치를 설계하며 상상력과 기술을 결합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공구들의 원형이 되는 기계들을 설계했다는 사실이다. 다빈치가 남긴 수많은 노트와 스케치에는 단순한 기계 장치를 넘어 작업자의 동선과 효율까지 고려한 공구 설계가 빼곡히 담겨 있다.

 


정밀 가공의 출발점 ‘나사 깎는 기계’


다빈치가 남긴 스케치 중 하나는 금속 나사를 절삭하기 위한 기계장치다. 나사는 오늘날 볼트와 너트처럼 널리 쓰이는 결합 도구이지만 다빈치가 살던 당시에는 정밀한 가공이 매우 어려운 기술이었다. 다빈치는 손의 기술에 의존하던 나사 제작을 넘어 나사의 나선을 정밀하고 일관되게 절삭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했다. 이 설계는 회전 운동과 절삭 날의 정확한 이동을 제어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포함하고 있으며 오늘날 선반이나 탭·다이스와 매우 유사하다. 이는 정밀 가공 기술이 탄생하는 기점이 되었으며, 다빈치의 기계 설계가 산업기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예라 평가받는다.

 

기계공학의 기본 ‘톱니바퀴 제작’


다빈치의 설계 노트에는 다양한 형태의 톱니바퀴와 이를 깎기 위한 기계 도면이 매우 풍부하게 담겨 있다. 그는 단순히 기어를 만들기 위한 틀을 그린 것이 아니라 기어가 맞물려 돌아가는 방식, 각도, 크기에 따른 힘의 전달 방식까지 세세하게 기록했다. 이러한 설계는 시계 제작이나 동력 전달 매커니즘의 근간이 되었고 이후 기계공학의 정밀성과 체계성을 확립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다빈치는 나무, 금속 등 다양한 재료에 적합한 기어 제작 방식을 탐구했고 이를 위한 특별한 절삭 기계도 설계했다. 그는 이미 15세기 말에 기계 시스템의 상호작용과 효율성을 고민한 공학자였던 것이다.

 

 

 

인간 노동의 자동화 ‘기계식 해머’


다빈치는 인간의 힘을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기계를 설계하는 데 큰 관심을 보였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물레방아나 페달 동력을 활용한 ‘기계식 해머(Trip hammer)’다. 이 장치는 회전축을 이용해 해머를 들어올리고 중력으로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반복적인 타격 작업을 가능케 한다. 당시에는 대장장이들이 무거운 해머를 직접 들어 반복적으로 두드리는 방식으로 금속을 성형했는데 다빈치는 이러한 과정을 자동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인력의 부담을 줄이고자 했던 것이다. 이러한 설계는 오늘날의 프레스 기계나 파워 해머의 기초가 되었다.

 

오늘날의 밴드쏘를 닮은 ‘수력 자동톱’


다빈치는 재료를 자르는 작업 역시 기계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왕복 운동을 이용해 나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절단할 수 있는 수력 자동톱 장치를 설계했다. 이 장치는 물레방아처럼 지속적인 동력을 제공하는 구조와 그 동력을 직선 운동으로 변환하는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었다. 이러한 구조는 현대의 ‘밴드쏘(Band saw)’와 매우 유사하다. 그는 절단의 정확성과 반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설계를 통해 수작업의 불균형을 극복하고자 했다. 이미 500년 전에 반복 작업의 효율성과 정밀도를 고민했던 점은 놀라울 정도다.

 

 

공구 사용 환경까지 설계 ‘나사식 작기와 클램프’


다빈치의 설계는 단순한 기계 장치를 넘어서, 공구가 사용되는 작업장 전체를 생각했다. 그는 작업 중 재료를 안정적으로 고정하기 위한 ‘나사식 작기(Screw jack)’와 다양한 형태의 ‘클램프(Clamp)’를 설계했으며, 작업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배치도까지 남겼다. 이는 오늘날의 산업디자인, 작업공간 설계와도 통하는 개념이다. 다빈치는 단순한 도구의 기능을 넘어, 공구가 사람과 어떻게 연결되고 움직이는지 까지 고려한 셈이다.

 

다빈치, 공구의 개념을 정립하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전동드릴, 기어, 절단기, 프레스, 클램프 등 수많은 공구들은 19~20세기 산업혁명을 통해 대중화됐다. 그러나 그 발상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 속에 그 원형이 존재한다. 그는 공구 그 자체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하는 장치’로서의 공구의 개념을 정립한 인물이었다. 예술가이자 과학자, 공학자였던 다빈치는 진정한 르네상스적 인간이었다.

 

_ 이대훈 / 자료참고 _ wikipedia.org, 브리태니커 키즈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