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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발행인 칼럼

 

장미와 대나무

 

나무와 바람은 서로 불만이다
모처럼 혼자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보려 해도
바람이 심청궂게 흔들어댄다며
나무는 불만이고,

방랑이 천성이라서
끝없이 유랑하고픈데
나무가 길을 막아 성가시다며
바람은 바람대로 또 불평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밤낮으로 흔들어대는 바람 탓에
나무는 깊이 구천에 뿌릴 내리고
앞을 막아서는 나무로 하여
바람은 비로소 자기 실존의 소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남재만 詩 ‘나무와 바람’-

 

*대나무를 따라 키가 6미터로 자란 장미들(좌)과 1.5미터에 그친 장미(우). ‘우리는 무엇을 따라 성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6미터 키 자란 장미의 비밀


10년 전 크레텍웰딩에 장미를 심었다. 남쪽 울타리엔 장미만 심고, 서쪽에는 오죽(검은 대나무)과 장미를 함께 심었다. 이변이 생겼다. 남쪽에 심은 장미는 키 1.5m 정도까지만 자랐다. 그런데 서쪽에 대나무와 함께 심은 장미는 키가 5m나 자랐다. 올해는 대나무를 넘어 6m 이상으로 자라 동네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등 인기를 끌었다. 장미는 커봤자 보통 1.5~2m 정도이다. 그런데 우리 크레텍웰딩의 서쪽 장미는 옆 대나무를 따라 5~6m까지 자랐다.

 

일본 따라가려 애쓰던 한국


나는 장미를 보며 마치 ‘우리나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참 가난한 나라였다. 예전에는 이웃 일본과 차이가 많이 났다. 1990년경 도쿄의 전자상가 아키하바라에 갔는데 3km나 도열해있는 전자상가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당시 비디오 카메라가 현지 70만원 정도였고 한국에 오니 13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그만큼 일본 제품의 품질과 인기도 좋았다. 아마 당시 한국 전자산업은 일본의 1/10 정도의 기술력과 규모 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2025년 현재, 한국 전자제품의 위상이 일본보다 높다. 경제력 전체에서도 세계 10위의 강대국에 들어간다.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 있었을까? ‘우리도 일본처럼 전자제품 잘 만들어 보자’는 한국 사람의 근성 때문일 것이다. 그때 일본 전자상가에 가서 물어보니 한국 사람들이 신제품만 나오면 제일 먼저 구매한다고 했다. 삼성, LG, 현대, 대우 직원들이 사서 연구했을 것이다. 

 

독일 일본처럼 우리도 해보자


크레텍은 5년여에 걸쳐 대구 인근에 스마트물류센터를 완성했다. 스마트물류센터를 건설하기 전 여러 물류센터를 견학했다. 특히 일본과 독일, 미국, 대만의 시설은 물론이고 한국의 경우 다이소 등을 견학하고 배웠다. 지난 5월부터 물류 이사를 시작해 지금도 이사 중에 있다. 계획을 세워서 새로운 시스템에 맞도록 분류 배치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이런 각고의 시행착오 끝에 시범운영에 들어갔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출고와 생산량이 기존대비 2~3배다. 앞으로 4배 정도의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설마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우리보다 훨씬 우수한 나라와 기업들을 견학하고 따라가려고 애썼더니 결국 이만큼 오게 됐다. 대나무를 따라가려고 갖은 힘을 낸 장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게라도 시도해야… 불경기 3대 경영법


한국의 공구유통도 많이 발전했지만 요사이 점점 어렵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매출은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온라인이 대세를 이루면서 경쟁은 치열해졌다. 크레텍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매출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내부 경비절감이나 이익률 관리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그간 어려움을 벗어나려 했지만, 지금보니 아무래도 시대적 상황 같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작게라도 시도해야 한다. 혁신과 변화는 한 번에 오는 것이 아니다. 한 개씩 한 개씩 하다보면 안 될 것도 없다. 너무 큰 것만 좇기보다 작은 것부터 시도하고, 다른 것도 도전해 봐야할 시기가 바로 요즘이다. 100% 성공 안 해도 좋다. 30%만 되어도 성공이다. 야구에서 3할대 타자는 우수타자 아닌가. 작게 뭐라도 시도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둘째, 뭐라도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크레텍도 일본 독일의 것을 따라가려고 그간 노력하다보니 스마트물류에 닿았다. 장미처럼 ‘나보다 키 크고 나은 상대를 찾아’ 배우고 익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셋째, 변화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곤란을 겪지 않으면 지혜를 내지 않는다. 곤란과 어려움을 거부하기보다 받아들이고 거기서 지혜를 내 변화해야 한다. 얼마 전 지인의 사무실을 갔는데 내가 챗GPT 쓰는 걸 보여주며 사용을 권했다. 그런데 그 직원들이 ‘이러다가 정보가 노출되면 큰일난다’고 겁을 내며 말렸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시대는 이미 AI(인공지능) 시대인데 그걸 거부하면 안된다. 받아들이고 이용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모든 생활과 사업도 달라져야 한다.

 

‘변화’라는 시대적 신호… 함께 성장, 파이팅 하자!


새로운 변화가 온다는 것은 당장은 힘이 들지만 또다른 기회가 오는 것이다. 불경기라는 변화가 왔을 때 어떻게 하면 이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한 번 이겨볼까를 연구하시기 바란다. 대나무의 성장을 외면하기보다 거기에 기대 더 크게 자랄 자신을 꿈꾸시라. 세상은 함께 사는 것! 키 큰 사람, 키 작은 사람 어울리듯, 큰 회사 작은 회사 어울리어 한국의 경제를 이룬다. 모두들 제 자리에서 단단하게 빛나시도록 기도드린다. 우리나라 파이팅이다.

 

2019년 4월 미국 나사(항공우주국) 방문 모습.

 

 _ 최영수 크레텍 대표이사, 발행인, 명예 경영학·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