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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충북 음성 중부종합상사

 

유튜브는 공구 선생님

 

충북 음성 중부종합상사 권용만 대리

 

 

공구의 ‘ㄱ(기역)’자도 모르던 중부종합상사 2세 권용만 대리는 유튜브 공구리뷰 채널로부터 공구에 대해 배웠다. 아버지보다 더 공구 전문가가 된 그는 유명 유튜브 채널과 업무 협약을 맺어 가게 매출 상승에 이바지하고 있다.

 

 

갑작스레 시작한 공구상 일


중부종합상사 권용만 대리가 아버지의 공구상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건 그야말로 갑작스런 일이었다. 군 제대 후 대학에 복학해 잘 다니고 있던 2017년 무렵, 매장 일을 총괄하던 직원이 사표를 던졌고 부친 권우공 대표는 잠도 못 잘 정도로 걱정에 빠졌다.
“저희 아버지는 공구상과 함께 택배회사 영업소도 운영하고 계시거든요. 시작도 택배 영업소를 먼저 시작하셨구요. 사실 공구상 운영은 직원들에게 맡기다시피 하셨어요. 그런데 매장 운영을 총괄하던 직원이 그만뒀으니 큰일이었던 거죠.”
권용만 대리에게는 형이 두 명 있다. 큰형은 우리나라 대표 자동차회사 근무, 둘째 형은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 권 대리 생각에 아버지를 도와 매장에서 함께 일할 사람은 대학생인 자신밖에 없었다. 더 고민할 겨를도 없이 곧장 공구상으로 출근했다. 학교는 야간으로 돌렸지만 너무 바빠 잠깐 휴학했다가 코로나 때문에 전부 온라인 강의로 바뀐 덕에 재택 수강으로 졸업했다. 정말이지 눈코 뜰 새 없이 정신없는 나날이었다.

 

 

유튜브는 내 공구 선생님


공구상 일을 시작하긴 했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공구 초짜인 대리에게 공구에 대해 가르쳐 줄 사람이 없다는 것. 보통의 공구상이었다면 대표인 아버지에게 차근차근 배울 수 있었을 테지만 아버지는 택배 영업소 운영에 바빴다. 주변 공구상들도 자기 밥그릇인 공구 지식을 알려 주지 않았다. 권 대리가 찾은 공구 배움의 길은 바로 유튜브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하면 앞이 깜깜해요. 제가 가진 공구 지식은 전부 유튜브로부터 배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주말마다 독서실 가서 공구리뷰 영상들 찾아보며 노트에 전부 필기했죠. 각각의 영상을 최소 네다섯 번씩은 되풀이해 보면서요. 그런 의지로 공부를 했다면 서울대 가고도 남았을 것 같아요. 하하.”
처음엔 그것도 모르냐며 핀잔하는 손님도 있었다. 그런 손님에게 웃으면서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더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던 권 대리. 그렇게 같은 물건을 되풀이해 팔고 놓친 물건은 다시 공부해 내 것으로 만들었다. 공구상 일을 시작한지 4년이 흐른 지금, 권용만 대리는 아버지보다 뛰어난 공구 전문가가 되었다.

 

온장고에 든 커피로 추운 겨울 고객들의 마음을 녹인다.

 

매장에 설치한 TV스크린에서는 유튜브 공구 영상이 재생된다.

 

전국 고객을 불러 모으는 블로그


그가 중부종합상사에서 일을 시작한 후 매출은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특히 거래처 납품이 중심이던 매출액 가운데 소매 매출이 급성장했다. 그럴 수 있었던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고객을 위한 블로그 운영. 
공구 공부와 함께 시작한 중부종합상사 블로그의 운영 목적은, 처음엔 공구에 대한 기억이 머릿속에 더 잘 남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고객에게 공구에 대해 설명한다는 느낌으로 좋은 제품들을 골라 제품의 특징들을 정리해 블로그에 꼼꼼하게 올렸다. 거의 매일, 최소 일주일에 두세 개씩은 공구 정보를 담은 게시물을 업로드했다. 시간이 좀 흐르자 블로그를 본 개인 소비자들로부터 공구 구입 문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가게가 위치한 충청북도에서만이 아니라 인천 광주 전국으로부터. 문의 전화는 곧 매출로 이어졌다.
“먼 곳에서 블로그를 보고 매장을 찾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택배로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도 오고요. 동네에서만 노는 게 아니라 전국을 상대한다는 느낌이에요.”

 

 

사업 파트너가 된 유튜브


소매 매출 급성장의 또 다른 요인은 유명 공구유튜브 채널과의 업무 협약이다. 권 대리는 자신이 공부하며 시청했던 공구 리뷰 유튜브 채널과 협약을 맺고, 영상에 등장한 공구를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블로그에 ‘이런 공구를 매장에서 판매한다’고 글을 올리면 공구에 관심을 갖고 검색하던 소비자들이 가게로 연락해 찾아오는 것이다.
“유튜브를 본 고객분들이 오셔서 직접 사용해 보고 마음에 들면 구입해 가는 거죠. 저희가 가격도 경쟁력 있게 드릴 수 있으니까요. 한 번 구입해 간 고객들이 계속 연락을 주시니까 그 덕에 소매 매출이 남들보다는 좀 더 빠르게 상승한 것 같아요.”
일반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 매출은 중부종합상사 입장에서는 없던 매출이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 
권 대리는 공구 리뷰뿐만 아니라 고객 응대에 관한 지식도 유튜브를 통해 배우는 중이다. 매장을 찾는 손님들을 더욱 만족시키기 위함이 그 이유다. 중부종합상사의 월매출은 현재 매달 갱신되고 있다.

 


좌우명 : 고객을 썸녀처럼 대하자


‘고객을 썸녀처럼 대하자’ 권용만 대리의 좌우명이다. 관심을 가지고 ‘썸씽’을 만들고 싶은 여성을 대하듯 고객을 상대하자는 것. 마음에 드는 이를 내 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리는 정말 여러 가지 노력들을 고객을 위해 기울이고 있다.
먼저 커피 온장고를 매장에 들였다. 추운 겨울, 중부종합상사 매장에 고객이 들어오면 온장고에서 따듯한 캔커피를 꺼내 고객 손에 쥐어준다. 차게 얼어 있던 손이 녹듯 고객의 마음이 녹아내린다. 매장 내부 눈에 잘 띄는 위치엔 TV스크린을 설치했다. 스크린에선 권 대리가 즐겨 보는 공구 리뷰 유튜브 영상이 재생된다. 고객의 눈길도 사로잡는다.
고객을 내것으로 만들기 위한 권 대리의 목표는 무엇보다 공구상을 운영하는 자신이 유명해지는 것. 그러기 위해 매주 일요일마다 두 시간씩, 서울의 학원으로 영상 편집을 배우러 다니고 있다.
“곧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거예요. 블로그에 적던 것처럼 앞으로는 공구에 관한 영상을 촬영해 꾸준히 업로드할 계획이에요. 그렇게 제 네임밸류를 높여 말을 했을 때 신뢰받는 공구인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유명 공구 유튜버가 될 저. 기대 부탁드립니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