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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경기 포천 아줌마공구

 

시누 올케가 차린 
‘아줌마’공구

 

경기 포천 아줌마공구 엄길영·박수현

 

시누이 대표와 올케 실장이 운영하는 아줌마공구. 아줌마 둘이서 운영하는 매장은 밝은 분위기로 고객들을 불러 모은다. 성격도 맞고 장사 궁합도 잘 맞는 아줌마공구를 방문해 보자.

 

(왼쪽부터) 대표 아들 김한별 군, 엄길영 대표, 올케 박수현 실장
 

사이좋고 궁합도 좋은 형님과 올케


공구상 이름이 ‘아줌마 공구’라고? 설마하는 마음에 전화했더니 짐작이 맞았다. 여성 둘이서 운영하는 경기도 포천시 아줌마공구. 그런데 짐작에서 한 걸음 더 나간 사실은 둘이 시누이와 올케라는 것.
시누 엄길영 대표는 다른 볼트공구 전문점에서 10년간 직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업체 사장 여동생과의 친분 덕에 입사한 볼트공구상에서 일하다 딱 10년을 채우고 그만두고 나와 지난 2019년 12월 공구상을 차렸다.


“퇴사했는데 딱히 달리 할 게 없는 거예요. 남편이 저한테 ‘놀면 뭐하냐 사무실 한 칸 빌려줄 테니 장사해 봐라’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전에 하던 일이고 하니 익숙하기도 했고요.”


엄길영 대표는 매장을 시작하며 남동생의 부인, 올케 박수현 실장에게 같이 해보자고 꼬셨다.


“형님이 도와달라고 하시는데 그냥 좋을 것 같았어요. 일단 ‘아줌마공구’라는 이름도 너무 좋았고요. 처음에 형님이 장난으로 ‘매장 이름 아줌마공구 어때?’하고 얘기한 건데 너무 좋다고 제가 막 동조를 해 줬죠.”


이전부터 워낙 사이가 좋았던 형님과 올케 둘은 일심단결하여 장사를 시작했다. 안산에 살던 올케는 장사를 위해 포천으로 이사까지 왔을 정도다.

 

 

‘테토녀’ 엄 대표와 꼼꼼한 박 실장


아줌마공구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를 내고 처음 1년간은 매장 없이 ‘나까마(차량 도매 중개상)’로 일을 했다. 2열이 뚫린 모닝 밴을 구입해 아침에 오더 받아 오후에 배달하며 1년을 보냈다. 운전석에는 엄길영 대표가 조수석에는 박수현 실장이 앉아 종일 도로를 달렸다. 그렇게 차를 타고 다니다 지금의 자리를 보고 좋다고 생각해 매장을 차린 것.
매장을 낸 지 이제 5년. 아줌마공구는 포천시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볼트와 공구전문점으로 자리 잡았다. 거기엔 “나까마든 뭐든 하면 되겠지”하는 엄 대표의 자신감과 결단력이 한몫 했을 것이다. 과연 ‘테토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동적·사회적 특성에서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의 자질이 보이는 여성을 일컫는 테토녀. 대개 활기차고 능동적인 성향을 보인다.

 


“저희 형님은 정말 이쪽 일과 잘 맞는 것 같아요. 하루 종일 정신없는데도 손님 대하는 것 보면 막힘이 없어요. 워낙 사람 대하는 것도 좋아하시고요. 정말 사람 상대를 잘 하세요.”


형님이 대표로서 매장의 중심을 잡고 있다면 올케는 형님이 빼놓고 지나가는 세부적인 일들을 도맡아 진행한다.


“올케는 정말 정리정돈을 잘 해요. 저는 약간 털털한 성격이라면 올케는 꼼꼼하고 세심하다고 할까요? 올케 없었으면 지금 아마 매장 정리가 하나도 안 돼 있을 거예요. 올케가 정리해 주니까 이 정도지.”
서로간의 성격이 잘 맞는 걸 넘어서 장사 궁합도 잘 맞는 시누이와  올케다.

 

 

감정 상할 일 없어 좋다는 아줌마들


매장 오픈 전 대표는 그나마 10년간 다른 공구상에서 일을 했다지만 올케는 공구장사 경험 무(無). 그래도 올케는 공구와 무척 친한 사람이었다. 고장난 물건을 고치는 것이 취미였고 그런 올케의 성향을 아는 형님은 선물로 공구로 가득한 공구상자를 선물해 줬을 정도. 


“선물로 공구상자 받았을 때 너무 좋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저도 지금 저와 딱 맞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올케는 형님과 함께 장사하는 것이 그렇게나 좋단다. 서로 힘든 일이 있어도 남이 아닌 형님이니까 감정의 골이 깊지 않아 편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고, 또 처음부터 함께 차린 공구상이다 보니 가게 역시 남의 가게가 아니기 때문이다. 올케의 그런 말에 대표는 막 굴릴 수 있어서 좋다며 웃으며 이야기했다. 남 같으면 그만둘까봐 못 굴리는데 자기 마음대로 굴릴 수 있어서 좋다고. 다른 걸 떠나서 둘과의 대화로부터 매장의 밝은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엄길영 대표는 상품 문의전화를 받느라 휴대폰을 놓을 틈이 없다.
 

손님을 부르는 기분 좋은 매장 분위기


아줌마공구는 아침 이른 시간부터 저녁 문 닫는 시간까지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그와 함께 종일 걸려오는 주문 및 상품문의 전화로 전화통화 역시 북새통이다. 매장 인기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엄길영 대표는 ‘각종 볼트부터 모든 공구까지 찾는 공구들 모두 한방에 해결되기 때문’이라고 답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아마도 앞에서 말한 매장의 분위기일 것이다. 아줌마공구를 찾은 판금 프레스쪽 일을 하는 단골손님도 매장의 큰 매력으로 “분위기가 일단 밝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희 매장을 찾는 손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뚝뚝한 공구상도 많대요. 그런데 저희 매장 오면 항상 웃어주니까 기분이 좋으시대요. 또 저희가 웬만하면 싸게 팔거든요. 그런 걸 소문도 많이 내 주시고 하다 보니까 손님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아요.”


단골 손님과 매장 주인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건 결국 웃음과 신뢰다.

 

무거운 물건 이동은 아들 김한별 군의 몫이다.

 

대표 아들도 합류한 아줌마공구


아줌마공구에는 형님과 올케 두 명의 아줌마 외에도 한 명의 청년이 함께 일하고 있다. 바로 엄길영 대표의 아들 김한별 군. 올해 나이 쉰셋의 대표의 마흔넷의 올케, 여성 둘이서만 공구상을 운영하기엔 각종 무거운 공구를 다루기가 쉽지만은 않아 아들을 불렀다고 대표는 말한다.


“‘야 엄마랑 외숙모 일하다 죽겠다. 네가 와야겠다’해서 아들을 불렀어요. 무거운 물건 드는 거나 힘든 일은 저희 아들이 다 해요. 아들이 공구를 빨리 배우면 아들한테 매장 넘기고 손 떼고 싶어요. ‘한 달에 용돈 100만원만 줘’이러고요. 하하하.”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 어떠냐는 말에 아들 김한별 군(25)은 ‘멋있다’고 대답했다. 대표인 엄마를 멋있다고 말하는 아들과 시누의 일하는 모습을 보곤 공구상과 정말 잘 맞는 것 같다 이야기하는 올케. 이렇게 서로를 존중하는 세 사람이 운영하는 공구상이 잘 나가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글·사진 _ 이대훈